욜린암에서 게르캠프까지 이동하는 중, 생각보다 해가 금방 떨어졌다. 해가 거의 떨어질 무렵 욜린암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게르캠프로 도착했지만 예약이 꽉 차서 숙박할 수 없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알고보니 투어 회사의 실수로 다른 곳을 예약하고 우리 드라이버이자 가이드인 두영에게 잘못된 주소를 알려주었던 것 같다. 깜깜하고 추운 사막 한가운데에서 차량 히터만 의지해 잠을 자야하나 싶었지만, 가까스로 다른 숙소를 안내받아 이동하게 됐다. 거의 해가 떨어질 무렵 숙소로 도착했다. 일행끼리 간단히 밥을 먹고 첫 은하수를 감상하기로 했다. 하늘이 매우 맑았기 때문에 아주 기대가 되었다.
해가 다 떨어지고, 달도 거의 질 무렵부터 밤하늘에 별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Stargazer라는 앱으로 미리 일몰시간과 달 주기를 체크하고 가서 크게 어렵지 않게 관측할 수 있었다. 별 관측을 할 때는 엄청나게 밝지 않더라도 달이 떠있거나 주변에 조명같은 광원이 많으면 관측이 어려우니 잘 피해서 계획을 짜야한다. 예전에는 달이 매우 밝게 떠 있어서 은하수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은하수를 관측하기 딱 좋은 일몰시점에 맞춰 사막 여행 일정을 짰기 때문에 하늘만 맑으면 볼 수 있을 터였다.
밤 12시쯤 되니 달이 다 떨어지고 은하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사막에서도 봤던 은하수였지만, 몽골에서 보는 별은 더 밝고 색이 또렷했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지역이기 때문에 빛이 적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게르캠프에서 켠 조명이 꽤 밝아 땅바닥으로 사람 그림자가 깔리는데도 별은 정말 잘 보였다.
신기해서 한참을 사진 찍고 들어왔다. 12시가 넘은 사막의 밤이라 춥고 건조했지만, 사진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6명 다 사막에서 술을 까 마시면서 놀았다. 사진을 다 찍고 들어오니 두시 좀 넘었던 것 같다. 이 날부터 거의 매일을 밤에 잠도 안 자고 별 구경을 했다. 그만큼 환상적인 밤이었다. 별을 찍으려고 가져갔던 장비는 소니의 A7M3와 SEL 2870(번들) + SEL 1635Z F4 + SEL FE50 F1.8, 유/무선 리모콘과 Nissin i40 플래시까지 바리바리 싸들고갔지만, F3 이하의 밝고 적당한 렌즈 하나와 셔터스피드 조절 기능있는 똑딱이 정도만 있었어도 충분했을 것 같다. 핸드폰 카메라는 좀 무리인 것 같고...
사진 설명은 별로 필요없을 것 같고... 아래 사진같이 불켜놓고 앉아서 술먹으면서 추위를 달랬다.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한 희생이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정말 추웠다. 몸 덮힐 담요까지는 아니더라도, 별사진을 찍을 생각이라면 겹겹이 껴입을 옷은 꼭 가져가는게 좋겠다. 7월이면 여름과 같은 사막이지만, 핫팩도 챙길 수 있다면 챙겨가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결과물이 좋으니 장땡
'해외여행 > 몽골 (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몽골 여행 - 남고비 사막여행 셋째날 : 바양작, 헝거르일스와 모래폭풍 (0) | 2020.11.08 |
---|---|
몽골 여행 - 남고비 사막여행 둘째날 : 박가자링촐로에서 욜링암으로 (2) | 2020.10.24 |
몽골 여행 - 남고비 사막여행 첫째날 : 울란바타르부터 박가자링촐로까지 (0) | 2020.10.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