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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몽골 (2018)

몽골 여행 - 남고비 사막여행 셋째날 : 바양작, 헝거르일스와 모래폭풍

by 풍풍E 2020. 11. 8.

아침엔 참 평화로웠다.

삼일차 아침, 간밤에 은하수를 실컷 보고나서인지 매우 일어나기 힘들었다. 그래도 새벽부터 일어나자마자 또 달려야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고비사막의 하이라이트, 가장 큰 모래언덕인 헝거르일스이다. 가는 길에 바위 계곡인 바양작이라는 곳도 들르고 갔다. 오프라인 이동거리로 가장 긴 거리였기 때문에 힘든 코스였지만, 전날 술먹고 밤새도록 별을 구경했기 때문에 차에 타자마자 골아떨어졌다. 어떻게 이동했는지 중간중간 기억이 끊겨있지만, 그래도 다들 찍어놓은 사진을 모아놓으니 어떻게 간지 대충 알겠다. 

몽골여행의 상징과 같은 푸르공
심상치 않은 사막의 구름, 이 때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산양들
오늘도 한참 달려야했다.
오프로드 힘들다
가까운 곳에 벼룩시장같이 돌을 모아 파는 곳이 있어서 들러 구경했다. 아무것도 사진 않았다.

 

지나가는 길에 바양작이라는 곳을 들렀다. 몽골 말로 불타는(붉은) 골짜기라고 하는 뜻의 바양작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빨간색 토양의 절벽이 있었다. 계속 푸른 초원만 보다가 붉은 바위계곡을 보니 신기했다. 사실 약간 색깔이 달라 신기한거 말고 뭔가 특별한 건 없어서 좀 실망하긴 했다. 오늘 몽골에서도 큰 축에 속하는 모래언덕인 헝거르일스를 본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모래폭풍을 만나고 넋이 나가기 전까지는 아주 평화롭고 행복했었다.

계곡이 좁고 차로 이동하기 어려워 내려서 이동해야 한다
차량 중량을 낮추기 위해 걸어가는 중
빨간게 신기하긴 하다
지나가다 만난 낙타
그리고 만난 모래폭풍.....

바양작을 지나고 낙타무리를 만나 신기함을 채우고 얼마 지나지않아 헝거르일스로 가는 길에 모래폭풍을 만났다. 사막 한가운데 갑자기 소용돌이가 치더니, 천둥 번개가 떨어지고 차가 뒤집힐듯 비와 바람이 몰아쳤다. 영화 매드맥스에서 나오는 모래폭풍이 과장이겠거니 싶었는데, 막상 사막 한가운데 모래폭풍 속에서 고립되니 정말 현실감있게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으로 보면 약간 느낌이 안 사는데, 실제로는 훨씬 심각하다. 프로 운전기사인 현지인 두영도 이런 모래폭풍은 처음 만나봤다고 하고, 차가 뒤집히거나 바람에 날아갈수도 있고 기름이 떨어질 때까지 하루종일 폭풍 속에 갇혀있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말 무서웠다.

아래 영상들을 보면 당시 얼마나 긴박하고 겁에 질려 위축되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베테랑 운전수인 두영 뿐 아니라 이곳저곳 여행을 많이 다녀보며 경험을 많이 쌓았다는 친구들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는지 당황했다. 그렇지만 죽을 위기에서도 영상은 찍게되는... 지나가고 나서야 진짜 무서웠다며 회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진짜 사고로 이어졌다면 큰일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모래바람과 비, 번개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고, 다른 차량의 헤드라이트를 보지 못해 충돌하거나 길이 보이지 않아 전복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모래폭풍 처음 대면하고 느낌
운전석 느낌
바깥 상황... 벼락이 차에 맞으면 끝장날 수도 있는 상황에 차 주변으로 요리조리 벼락이 떨어졌다.
약간 지나가고 난 뒤 담화

 

 

우연히 찍힌 벼락 사진

폭풍은 약 30분동안 지속되었고, 스쳐 지나가는 폭풍이었는지 우리는 무사히 헝거르일스로 갈 수 있었다. 정말 죽다 살았다고 생각이 들 만큼 어마어마한 폭풍이었다. 모래폭풍을 만났던 장소가 목적지인 게르캠프에서 멀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체크인을 하고 고비사막에서 가장 큰 모래언덕인 헝거르일스로 이동했다. 폭풍을 뚫고 만난 헝거르일스는 상상보다 엄청나게 거대한 모래 언덕이었다. 사막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저 멀리 보이는 헝거르일스
사막과 그 앞의 물줄기
비현실적임
가파르지 않아 보이지만 발이 푹푹 빠져서 오르기 쉽지 않다.

사막의 모래언덕을 올라가는 건 생각한 것보다 많은 체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무서운 상황을 겪었지만 헝거르일스를 마주하니 언제 그런 상황이 있었냐는 듯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즐겁기만 했다. 장엄한 모래언덕에 넋을 잃고, 한참을 뒹굴고 내려오니 벌써 저녁시간이 다 되었다. 노을이 질 때 내려오는 헝거르일스는 남미, 아프리카를 통틀어 살면서 본 어떤 모래언덕보다도 아름다웠다. 다시 숙소로 복귀해 온 몸에 범벅이 된 모래를 씻어내고 사막 한가운데 모래언덕에서 은하수를 맞을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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