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8년 7월 친동생을 데리고 몽골에 다녀왔다. 꼭 같이 가야겠다 해서 간 건 아니고, 6박 7일간 동행을 구하다가 자리가 하나 비어서 데리고 갔다. 원래 모르는 사람 3명을 모아 총 4명이서 가려던 몽골 여행은 어느새 판이 커져 5명이 됐고, 6인일 때 인당 경비가 최저가 된다는 말에 냉큼 동생까지 끼워서 데리고 갔다. 2015년 남미에서 우유니와 아따까마 사막을 맛보고 한창 사막뽕에 취해있을 때라, 그렇게 맑고 좋다는 몽골의 밤하늘이 너무 궁금했다.
회사 입사 동기 중 두명이나 몽골 여행을 다녀왔고, 여행 가고싶다는 생각을 막 하고있을 때쯤 또 다른 동기가 막 몽골로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회사 사보에서 '몽골이 정말 좋고 인생 여행지니까 꼭 다녀오시라'는 말을 여러 차례 접했기 때문에 몽골로 목적지를 정하는 건 큰일은 아니었다. 내 가장 큰 고민은 주말 포함 9일(실제 사용일수 7일) 동안 최적화된 여행 루트를 계획하는 것이었다.
울란바타르 서쪽으로 가면 홉스골 호수가 있어 사막 약간과 거대한 바이칼호를 볼 수 있다고 했고, 남쪽은 웅장한 대 고비 사막, 북쪽은 한국에도 관광지로 많이 소개되었고, 승마로 유명한 테를지 국립공원이었다. 정확한 건 아니고 대충 그 정도에 위치하고 있었다. 중고등학교 지리 시간에 사막화가 심각하다고 들었던 '고비 사막'을 테마로 네이버 몽골 여행 카페에서 일행을 모으기 시작했다. 일행은 카카오톡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모집했다. 인성이나 사회성에 문제있는 사람 또는 책임감 없는 사람을 데리고가면 매우 힘들 것이 자명했기에, 일부러 연락 오는 사람들에게 좀 까다롭게 대했다.
몽골 여행 모임은 빠른 시간에 모집 완료되었다. 처음부터 모든 걸 정해놓고 따라오라는 식의 모임이 아니라, 며칠부터 며칠까지 대충 이 정도 기간에 휴가 맞춰서 몽골 고비사막 가실분~ 코스는 대충 이렇습니다 하고 공지해서 모인 사람들의 일정을 전부 조율했다. 비용도 4인부터 시작해 6~8인으로 가면 개인 부담금이 저렴해져 대충의 금액 범위만 공지하고, 동의한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조율했다. 일정 막바지에 개인 일정을 잡아놓은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In-Out 날짜도 조금씩 다 달랐다. 사전에 얼굴도 한 번 안 본 사람들과 일정과 의견을 조율하는 게 사실 여행 가서보다 더 힘들었다.
어렵게 모인 사람들과 첫 대면을 인천공항에서 한 뒤, 직항으로 4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울란바타르로 이동했다. 아 인천-울란바타르 직항 비행편이 일주일에 몇 편 없어서, 일정은 대부분 항공 스케줄에 맞춰야했다. 다행히(?)도 몽골 내에서 이동할때는 전부 차로 이동했다. 공항에 도착하니 사전에 계약한대로 한국어가 가능한 드라이버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여행사를 통해 가이드를 섭외하다보니 문제가 생겼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건 아니고, 엄청 간단한 수준의 한국어만 가능한 드라이버가 배정되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드라이버는 한국어 가이드가 따로 탑승하는 줄 알고 배정된 것이었다. 엄청나게 당황한 드라이버는, 한국어가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니 같이 가자고 이야기했고 우리도 크게 이견이 없어서 가이드 겸 드라이버 '두한'과 함께 출발했다. 알고보니 '두한'의 아내분이 한국분이셔서, 간단한 의사소통은 물론 위치에 대한 설명(가이드 역할)도 어느 정도 가능했다. 여행 내내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이동했고 '두한'의 아내와 아이들과도 나중에 전화로 인사도 했다ㅎㅎ
울란바타르를 빠져나오면서 급격히 말수가 적어졌다. 첫 번째 숙소인 박가자링촐로까지 거의 8시간 정도를 차를 타고 이동해야했다. 처음에는 드넓은 초원과 지평선, 그리고 맑은 하늘이 너무 신기하고 멋지고 자연의 신비에 대해 두어시간 정도 이야기했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계속 같은 풍경이 반복되니 처음 보는 일행 6명인 우리는 급격하게 말수를 잃고 음악을 틀고 각자 잠을 자거나 할 일을 했다. 나는 사진과 영상을 많이 담고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거의 사진만 찍었다.
약 5시간여에 걸쳐 포장도로를 이동했다. 중간중간 휴게소같은 곳은 당연히 없고 마을도 거의 없기 때문에, 이동하면서 화장실이 급하면 길가에 차를 대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용변을 해결했다. 그래도 배가 고플 때쯤 마을이 하나씩 나오기는 해서, 끼니 때 밥같은 걸 먹고 화장실을 사용할 수는 있었다. 화장실은 대부분 푸세식으로, 냄새가 심하고 벌레가 날아다녔다. 수세식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뭐 그래도 큰 기대를 하고 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적응할만 했고, 나쁘지 않았다.
나에게 가장 큰 문제는 음식이나 화장실이 아닌 비포장도로였다. 내가 운전하는 건 아니었지만, 몽골의 도로 대부분이 비포장도로이기 때문에 계속 차가 흔들리고 멀미 비슷하게 머리가 아팠다. 먼지도 심하게 많이 나서 자꾸 입이 마르고 힘들었다. 맑은 공기가 분명 밖에 있긴 한데차로 이동하는 하루 종일 거의 먼지로 대체해 마시게 되었다.
한참 달리다보니 박가자링촐로에 도착했다. 중간에 두영이 길을 잘못 들어서, 거의 해가 떨어지기 직전에 도착했다. 몽골엔 네비게이션도 없고, 이정표나 도로 표지판도 거의 없다. 대자연에서 산과 구름과 해/달의 방향을 보고 거의 직관적으로 방향을 정해 가는 것 같다. 오프로드로 달리다 보니 모두가 가는 길이 다 같지도 않다. 거의 운전기사의 방향감각과 운전 센스를 믿고 가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에 여행 계획이 있다면 다녀온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드라이버를 찾아 가는게 좋겠다. 나처럼 여행사를 통해 구하면 수수료가 있는 것 같고, 지인을 통해 직거래로 하면 드라이버가 돈을 더 벌 수 있어서 좋아하는 것 같더라
처음 만난 사람들과 온로드 240Km, 오프로드 42Km를 달려오니 없던 정도 생기겠더라. 진짜 평소같았으면 하지도 않을 이야기들 미주알고주알 다 하면서 토크 소재의 바닥까지 드러냈다. 다 같이 게르캠프 식당에 모여서 울란바타르에서 출발 전에 샀던 술과 과자들로 저녁 회식을 간단히 했다. 유심은 어차피 고비사막으로 가면 안 터져서 의미없고,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재미요소이자 지지대가 되는 상황. 진짜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다. 처음이 좀 어렵긴 한데 꼭 모르는 사람들끼리 같이 계획을 짜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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